# 홀로그램 뮤지컬 메이플스토리 작업기_2

저번 글에 이어 오늘은 세세한 작업기를 써보려한다.

 

홀로그램 뮤지컬 메이플스토리의 큰 작업 틀은 이랬다. (곡에 한정)

[ 회의 - 곡 구상 단계 - 작곡 - 미디작업 - 악보작업 - 세션녹음 - 후반작업 ]

물론 이대로 술술 흘러갔다면 너무 좋겠지만 현실은 항상 녹록치 않다... 주륵

앞선 글에 언급했듯이 컨펌 나야할 단계가 많았고, 소통 채널이 너무 많다보니

중간, 중간 의견들이 잘못 전달되고 누락되면서 전단계로 되돌아가는 여러 소통의 단계들이 필요 했다.

 

완전 초짜 신입이었던 나는 덕분에 이 과정에서 레퍼런스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 내용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제 본격적인 곡 작업단계로 들어가보자!

+ 앗 그리고 나는 슬프게도 아직도 완전 초짜 신입이다.

 

1. 곡 구상단계

지금까지의 작업 성향을 보았을때,  나는 이미 있는 컨텐츠에 곡을 붙이는게 더 잘나온 편인 작곡가이다.

(물론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없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작업은 컨텐츠가 이미 풍부한 상황이었다. 아니 오히려 컨텐츠가 너무 많아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곡 구상 당시의 컴퓨터 화면

 

음...! 일단 참고할 컨텐츠의 중요도 순위를 정한다.

1순위 : 대본 / 2순위 : 원본 만화책 / 3순위 : 만화책의 기본이 되는 게임

이 경우 역시 가사가 들어가는 뮤지컬이다 보니 무조건적으로 대본이 1순위가 되었다.

 

'델리키' 캐릭터의 곡을 예시로 들어보자.

당시 작사가님과 함께 작업했지만 내 손길이 많이 들어간 가사들이 있는데, 이 곡의 경우가 그랬다.

이 캐릭터는 만화에서는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마법사를 담당하는 캐릭터이지만,

(출처, 설명은 역시 나무 위키 : https://namu.wiki/w/%EB%8D%B8%EB%A6%AC%ED%82%A4)

극 중에서는 자기애가 강하고 무신경한 개그캐가 되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기본 성격 틀이나 말투는 대본에 맞춰서 자신의 실력이 대단함을 알고 뽐내는

캐릭터 특성에 어울리는 가사를 넣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팍팍 들기 시작한다.

 

다음으로 만화책에서 델리키 캐릭터는 '오토프라토키구라마습만다라' 라는 마법책을 아끼는데,

이 책의 이름은 대본에서 델리키의 마법 주문으로 사용되었다.

분명 중요도가 높고 흥미 요소가 많은 대사이므로 '델리키' 곡에 차용하도록 한다.

이렇게 '오토프라토키구라마습만다라 내가 바로 마법천재 델리키라네 / 마법레벨 80이란 경지에 오른 내가 바로 델리키라네'

라는 가사가 완성되었다. 주문을 외는 듯한 독특한 가사에 멜로디는 절로 붙어 나왔다.

(다만 실제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레벨 80은 쪼렙이다. 렙업 열심히 해라 이녀석아)

 

하지만 어딘가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법사' 라는 직업적 특성이 더 부각되어야 할 것 같았다.

이 때 바로 중요도 3순위,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요소가 사용된다.

게임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마법사 캐릭터의 경우 '마나포션'이 정말 중요하다.

델리키도 이 운명을 피하지는 못했을터, 포션을 먹는 듯한 water계열의 소리를 곡에 넣어 주었다.

 

다시 대본으로 돌아가자면 이 곡은 델리키의 첫 등장 때 등장하는데,

이 때 델리키는 홀로 집에서 마법약을 만들며 혼자 노래를 흥얼거린다.

곡의 인트로도 이렇게 시작하는데, 이때도 가사에 게임의 요소가 접목된다.

'만다린 씨앗, 마법의 가루  ~ (생략)/ 쥬니퍼 베리, 포션응고제, ~ '

위의 나열된 낯선 재료들은 메이플스토리 게임에서 실제로 마법약이나 가루 재료로 사용되는 재료들이다.

 

이렇게 델리키의 등장을 알리는 넘버가 완성되었다.

세계관이 뚜렷하게 형성된 게임과 만화 덕에 직업적인 특성을 쉽게 살릴 수 있었다.

 

아쉽게도 후반작업 다 된 파일을 도무지 찾을수가 없어서,

허접하지만 중간단계 버전의 인트로를 올린다. 오늘은 여기까지; )